[잡스앤] '월 매출 10억원' 망한 스타트업 살리는 '스타트업'

 

 

기사 전문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주를 놀라게 할 괴물기업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20대 젊은이들

 

"우주를 놀라게 할 괴물기업 DHJM의 고권희 입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DHJM 사무실을 찾았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앳된 젊은이가 인사를 건냈다. 기자는 적잖게 당황했다. '우주를 놀라게 할 괴물기업'이라는 다소 유치한 기업 소개에 한번 놀랐고, 그의 진지한 표정에 또 한번 놀랐다.

 

 
"이베이(ebay)가 '바다의 상어'라면 알리바바는 '양쯔강의 악어'라고 하죠. 저희는 '한강의 괴물'이 되겠다는 뜻에서 괴물을 내세웠고, 기왕 큰 꿈을 꾸려면 우주를 놀라게 해보자고 해서 만든 기업 소개입니다."

 

2016년 초 설립된 스타트업 DHJM은 '일단은' 유통·마케팅 회사로 알려져있다. 한달에 20대 남짓 팔리던 한 중소기업의 음식물처리기를 DHJM이 맡아 유통하면서 매달 300대 이상 팔게 됐다. DHJM은 유통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고권희(25) DHJM 대표는 DHJM을 유통·마케팅 회사로 정의하지는 않았다. 구성원이 원하는 사업이 있으면 유통이 됐든 뭐가 됐든 할 수 있는 회사라는 게 고 대표의 얘기다. 그들의 얘기를 곰곰히 들어봤지만, 기존의 업종 분류로는 DHJM을 정확히 어떤 회사라고 말하긴 쉽지 않았다. 다만, 기자 나름대로는 DHJM을 '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무언가-물건이 됐든 사람이 됐든-를 제 값을 받게 해주는 일을 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중심으로 "일 벌여보자"며 시작한 DHJM


회사이름인 DHJM은 무슨 뜻일까. 특별한 뜻은 없다. 법인을 최초로 만든 이동훈(28)·신준모(27)씨의 이름 이니셜 DH와 JM을 따 만든 것이다. 

 

 


신준모씨는 유명 작가다. 2014년 40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40만부 넘게 팔린 '어떤 하루'의 저자다. 고등학교 시절 급식비를 못 낼 정도로 가세가 기울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썼고, 그 글을 모아 낸 책이 '히트'를 친 것이다.

 

이후 강연가로 활동했지만, '입만 산 사람'이 된 것 같아 적성에 맞지 않았다. 친구 이동훈씨와 함께 '일을 벌여보자'고 했고, 결심한지 불과 5일만에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 이름도 특별히 떠오르지 않아 두 사람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지었다고 했다.

 

신씨는 그 뒤 페이스북에 함께 일할 사람을 모았고, 신씨를 믿고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현재 연세대 기계공학과 재학 중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고권희 대표도 58일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DHJM에 합류했다.

 

물론 현재 DHJM은 변화가 생겼다. 이동훈씨가 하버드에 합격해 미국으로 떠났고, 신씨도 대표자리를 고권희씨에게 넘겼다. 여전히 DHJM의 최대주주로서 구성원의 '멘토'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일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DHJM의 대표는 상징적인 자리일 뿐, 일체의 일은 함께 의논해서 처리한다. 평균 나이 27세, 15명의 DHJM 직원들의 배경은 다양하다. 고졸은 물론이고 대학 중퇴와 휴학생이 많다. SBS와 CJ를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온 직원도 있고 현대모비스를 그만두고 온 합류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직급이 없고, 서로를 부를 때 이름을 쓴다. 고 대표 역시 ‘권희님’으로 불릴 정도다. 고 대표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라면 DHJM의 식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과 유통 함께한 것이 성공 비결


DHJM의 첫 사업은 음식물처리기 유통이었다. 회사를 만들고 초기 멤버 5명이 '무엇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유통사업을 해보자고 했고, 무작정 회사로 찾아가 '우리가 팔아주겠다'고 해서 얻은 사업기회였다.

 

초기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꽤 팔렸지만, 어느새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 한달에 20대 남짓 밖에 안팔렸다. DHJM이 맡아서 판매하면서 매달 300대 이상을 팔게 됐다. 비결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여러 유통사에 물건을 주면, 유통사들끼리 경쟁이 붙어 가격이 무너집니다. 저희는 독점으로 유통을 해 가격을 지키고, 거기에 마케팅까지 함께 했습니다. 유통 데이터를 살펴보니, 음식물 처리기는 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샀어요. 보통 음식물 쓰레기는 남편이 버린다는 거죠. 판매 타깃을 주부에서 직장인 남자로 바꿨던 게 비결이었습니다."

 

음식물처리기를 성공적으로 유통한 데 힘입어 DHJM에게 유통을 맡긴 회사가 늘었다. 휴대용 살균기, 커피, 주얼리, 상장회사의 패션 브랜드 등을 맡아 유통하고 있다.

 

DHJM은 이익이 나면 바로 투자했다.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강원도의 대규모 레스토랑 겸 카페를 인수하고 네 군데 회사에 투자했다. 상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과 엔젤투자회사도 창업했다. 무섭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작년 10월에는 월 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이익 규모는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습니다만, 퍼센티지로 따졌을 때 매출 중 두 자릿수는 됩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정도만에 이런 성과를 올리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대개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서 숙식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퇴근을 안 해 ‘7시 퇴근 운동’까지 벌이고 기도 했다. 구성원들끼리 워낙 친하다보니, 자주 놀러도 다닌다.

 

 

한국의 버진그룹 될 것


DHJM은 대표를 중심으로 몇개의 팀이 있다. 디자인팀 등 다른 팀을 지원하는 팀을 제외하고는 프로젝트에 따라 팀이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최근에는 5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클라우드 같이 운영됩니다. 2~3명 단위로 팀이 만들어지고, 각 팀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유통하는 물건 별로 팀이 꾸려져있지만, 유통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하면 됩니다. 저와 지원팀은 팀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지원하고요. 각 팀들의 프로젝트 진행상황은 전체 회의 때 공유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식이죠."

 

 


이들이 모델로 삼는 것은 '괴짜 CEO'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이다. 버진그룹은 '즐거움을 판다'는 모토 아래 음반사, 영화배급, 게임, 호텔, 항공사 등을 운영하는 영국기업이다. 6개의 사업 부문과 20여개의 법인이 구성돼 있다. 최근엔 민간 우주여행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모든 열정을 다해 이뤄내는 리처드 브랜슨이 저희와 닮아 있습니다. DHJM은 구성원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존중하고,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게 어떤 것이든 지원할 것입니다."

Share on Facebook
Please reload